0.머리말

기술의 변화와 발전은 독립적으로 진행되지 않으며 기술과 사회의 상호작용, 즉 기술의 본성과 그것을 이용하는 사회의 속성에 따라 다르게 이루어 지는 것이다. 일차적으로 기술은 사회내적 역관계에 따라 수용되며, 그 가능성을 증폭시키거나 축소시킨다. 즉, '기술 변화에 있어서 원인과 결과의 관계는 자동적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다. 기술변화에는 관련된 사회집단들의 상대적인 세력에 의존해 결과가 산출되는 복잡한 과정이 매개'되는 것이다.

이제 기술은 단지 얼마나 발전시킬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기술을 어떻게 인간적으로 구성할 것인가의 문제로 바라보아야 한다. 그리고 정보화사회는 지금 바로 우리가 구성하는 것이다.

우리는 지난 세기동안 수많은 변화를 겪어 왔습니다. 전화, TV, 비디오, 케이블 TV 등 새로운 미디어와 기술이 개발될 때마다 많은 사람들은 새로운 세상에 대한 흥미진진한 논의를 합니다. 인터넷을 필두로 하는 정보통신공간(이하 통신공간)이 출현하고 나서 역시 이러한 논쟁에 있어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전화가 처음 출현하였을 때도, 케이블 TV가 처음 출현하였을 때도 새로운 담론의 형성에 대해 이야기하였지만 현실이 크게 변한 것은 없었습니다. 정보화 사회의 논의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기술에 내재된 속성만으로는 세상이 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기술에 있어서 시민단체와 노동단체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개입이 필요합니다.

통신 공간은 다른 기술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훨씬 저렴하며, 배우기 쉽고 분산적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여타 첨단기술에서 시작조차 어려웠던 기술의 인간적인 이용에 있어 많은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통신공간이 점점 시민들의 생활공간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통신공간의 다음과 같은 특성에서 기인합니다.

첫째, 일반 출판물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둘째, 사람들이 서로 토론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입니다. 즉, 개인과 개인이 각자의 생각을 자유롭게 발현하는 공간입니다. 이것은 통신공간의 쌍방향적 특성에 기인합니다. 사용자들의 의지에 의해 선택하며, 반론가능한 공간인 것입니다.

위의 두가지 특성이 정보통신의 공적공간적인 특성입니다.

셋째, 비밀스러운 사적인 공간 역시 존재합니다. 개인간의 대화와 메일 그리고 CUG 등은 사적인 성격이 강하게 나타납니다.

이러한 성격으로 인해 통신공간은 바로 사람들이 일상생활을 하는 생활 공간으로 점점 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통신공간은 정부와 온라인 업체의 무원칙적이며, 비인간적인 감시와 검열 행위로 인해 황폐해져가고 있습니다. 이에 통신공간에서 인간 기본권(표현의 자유, 알권리)을 보호하고 올바른 통신문화 조성을 위해 1996년 6월 <진보 통신단체 연대 모임>의 12개 단체와 11개의 시민단체, 노동단체가 연대하여 <정보통신 검열철폐를 위한 시민연대(이하 시민연대)>를 출범 시켰습니다.

<시민연대>는 첫 번째 작업으로 통신상에서 정부와 온라안업체의 부당하고 불법적인 검열 행위를 고발하고자 <정보통신 검열백서(이하 백서)>작업을 시작하였습니다. 이 과정 중에 음비법 대책위, 정보통신윤리위원회, 구속된 통신인과의 만남, 각 통신서비스회사, 각 언론사 등과의 만남을 통하여, 검열에 대한 정부 및 각 회사, 단체, 개인들의 의견을 수렴, 조사하였으며, 그리고 1996년 8월말 서울대에서 개최된 맥브라이드회의(유네스코 산하 제3세계 미디어 문제에 관한 국제 NGO 및 학술대회)에 참여하여 국제적으로 한국내 정보통신검열의 문제점에 대해 알려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서명작업은 물론이고 국제적으로 알려내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한총련 CUG폐쇄의 부당성을 알리는 성명서를 내었고, 현재 한총련 CUG 폐쇄 및 통신인 구속에 대한 부당성을 알리는 켐페인을 벌리고 있습니다.

<시민연대>는 이번 <백서>작업을 통해 국가기관 뿐만 아니라 온라인 업체에서 자행되는 인권탄압 실태를 고발함은 물론이고 '검열'에 대한 올바른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한국에서의 통신공간을 명실상부 '전자민주주의'의 새로운 장으로 열고자 합니다. <시민연대>에서는 이러한 일련의 작업을 정보기본권이 보장받는 그날까지 계속할 것입니다.

이번 <정보 통신검열 백서>작업에 몇일 밤을 세면서 작업을 해주신 노동자 정보화 사업단의 최세진씨, 정보연대 SING의 김지호씨, 안유석씨, 얼터너티브의 이혁수씨, 현대철학동호회의 김영선씨, 한국과학기술청년회의 김영식씨에게 감사드리며, 또한 백서 작업에 아낌없는 도움을 주신 이광흠씨, 김형준씨, 그리고 통신연대의 장여경씨에게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을 주신 <정보통신 검열철폐를 위한 시민연대> 여러 단체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 정보통신 검열철폐를 위한 시민연대(이하 시민연대) 참여단체

노동연구포럼, 노동정보화사업단, 노동정책연구소, 바른통신을 위한 모임, 시민사회 인터넷, 시민환경정보센터, 얼터너티브, 음비법 대책회의, 전국가톨릭대학생 연합회,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 정보 연대 SING, 지식인 연대, 진청이네, 찬우물, 참세상, 청년정보문화센타, 통신연대, 학술단체협의회, 한국과학기술 청년회, 한국통신노동조합, 현대철학동호회, 희망터, KSDN(지속가능한 개발 네트워크 한국 본부) [가나다 순]

▲ 경과 보고

· 1996년 6월 진보통신단체 연대모임을 주축으로 '검열백서팀' 출범

· 7월 '정보통신 검열철폐를 위한 시민연대'로 모임 성격과 이름 결정

· 8월 정보통신 3사(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에 검열관련 질문서 발송

· 8월 맥브라이드 국제회의 참가(유니스코 산하의 제3세계 미디어 문제에 관한 국제 NGO 및 학술대회)

· 8월 시민연대 홈페이지 구축(http:\\kpd.sing-kr.org/cuac/)

· 8월 한총련 CUG폐쇄와 관련한 성명서 발표

· 9월 영화 사전검열 철폐 기념 집회 참가 연대사

· 9월 전국 대학생 정보포럼 참가(정보연대 SING 주최)

· 그 외 음비법 대책위, 정보통신윤리위원회, 각 언론사, 구속된 통신인, 각 통신서비스 면담 및 인터뷰

· 정보통신검열 관련 공청회 준비 진행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