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백서를 펼치는 여러분께 
감옥으로가자 악법이 악법인지 몸으로 증거하자 
 서준식 
 
은 사람들이 술을 마신다. 어떤 사람은 약으로 먹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독이 되기도 한다. 또한 미성년자에게 철저하게 차단하는 가정도 있는가 하면 어떤 집에는 오히려 공개적으로 가르치는 집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술도 한때는 금주령이라고 하여 정부에 의해 금지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알 수는 없지만 '알카포네'와 같은 깡패들을 잘살게 해주는 결과 이외에는 없는 듯하다.

성표현물은 어떠한가? 어떤 이들에게는 극히 악한 '음란물'로 보일 수도 있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자신을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일 수도 있다. 역시 개인적인 성향에 따라 다르게 다가온다. 한편 성표현물을 통해 정보화가 진척될수록 더욱 미세해지는 사회적 권력 관계를 통찰할 수도 있다. 그간 성을 표현하는 주체가 소설가, 미술가 등 소수 엘리트나 집단으로부터 개인들로 이동한 것은, 표현, 특히 성표현물에 대한 억압 혹은 차단이 과거처럼 소수 반항적 엘리트들을 감시·통제하는 문제가 아니라 다양한 개인들을 감시·통제하는 문제가 되었음을 명확하게 의미한다. 이러한 과정은 정보화의 진행 과정 속에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근 직장 내에 많이 설치되고 있는 CCTV 감시 장치나, 주민등록증을 대신한 전자주민카드의 도입이 그 예이다. 이러한 감시와 통제는 표현물과 생산자인 개인들을 분리하며, 소수 알카포네와 같은 범죄적인 독점 자본가를 발생시키게 된다. 범죄적 독점 자본가는 성표현물에 대한 독점으로 인간 관계를 왜곡하며, 건전한 성담론 형성을 차단시켜 저속적인 문화를 만연시킨다. 이들은 또한 권위적인 정부 출현의 밑거름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악순환은 정보화가 진전됨에 따라 더욱 악화될 것이다. 결국 성표현물에 대한 억압은 보다 권위적이고 싶어하는 정부(권위적인 소수)와 표현물을 독점하려는 범죄적 독점 자본가들이 시민사회 내에서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위한 음모와 다를 바 없는 것이다.

다른 예를 들어 보자. 미국의 금주령 보다 한 10년 쯤 전의 중국에서는 여학생들의 방흉(브레이지어벗기운동), 단발운동이 있었다. 이 운동은 그 시대 상황으로는 소위 '미풍양속과 청소년의 가치관을 해치는' 행위였다. 그러나 이 운동은 단순히 외모 변화의 운동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부터 여성을 옥죄는 지배 권력, 관습과의 투쟁이었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이러한 운동은 무척이나 힘겨운 싸움이었다. 전통의 보루인 가정과 고향 마을에서 이 여성들은 '요괴'로 배척당했다. 이러한 경우 성표현 혹은 성표현물은 억압과 관습에 저항하고 보다 건강한 삶을 누리기 위한 인간적인 본능인 것이다. 결국 성표현(물)에 대한 차단은 개인의 다양한 문화를 인정하지 못하는 전체주의적 발상이며, 힘없는 소수의 억압을 통해 다수를 길들이려는, 혹은 천박한 자본을 육성시키려는 의도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번 백서부터 이러한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한다. 모든 문제를 소수의 억압 혹은 소수에 의한 다수 지배속에서 해결하려는 독재에 중독된 사람들을 고발하려 한다. 그들은 AIDS 문제를 소수 Gay의 억압을 통해서 위로 받고, 사회에 만연한 성폭력의 문제를 소수 성표현자들의 억압으로, 그리고 국정의 잘못으로 인한 혼란을 소수 학생들과 시민단체를 억압하는 것으로 위로 받는다. 그리고 민주적인 토론을 혼란으로 여기며 아직도 질서(?)있는 체육관 정치를 꿈꾼다. 또한 민주적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통신공간은 이들의 주요 공격 목표가 된다. 그들의 눈에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주고, 성담론의 공론화, 민주적 토론장으로 '될 수' 있는 통신공간을 오직 불건전한 사상의 유통로로, 음란물의 온상, 혼란의 주범으로 생각한다. 그들의 해결방법은 유치할 정도로 단순하다. 오직 공권력에 의한 강제적인 규제뿐이다. 그래서 그들은 실공간의 권력으로 통신공간에 뛰어 들었고 그리고 필요한 기술과 제도를 취사선택하고 있다. 이제 통신공간은 그들의 식민지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상업 통신공간에서는 정부에 종속된 통신서비스사에게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신'의 능력과 권력이 부여되어 있다. 개인의 은밀한 메일까지도 마음대로 뒤져볼 수 있으며, 필요한 경우에는 통신 공간에서 특정 이용자들을 추방시킬 수도 있다. 둘볁, 개인의 어떠한 행위이든 그 흔적은 파일로 남겨진다. 상업통신망에서는 게시판에 적어 놓은 글은 물론이고 비밀 대화, 귀속말, 혹은 일반 대화방에서의 대화 내용까지 통신공간에서 하는 모든 행동들은 컴퓨터 속에 파일로 남겨진다. 매시간 자신이 접속한 모든 공간도 시간별로 기록된다. 이러한 내용은 전기통신사업법 53조와 54조, 선거법, 국가보안법과 청소년 보호법 등과 연계되어 악용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통신공간은 기본적으로 자동화 기술의 한 형태이다. 따라서 기술에 의한 차단 혹은 검열이 본래적으로 가능하며, 개인적인 활동을 자동으로 추적하는 장치 또한 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검열은 실 공간에서의 '미행'과 같은 행위나 전화나 우편물 '감청'보다 훨씬 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감시와 통제가 행해지기 때문에 인권에 대한 침해 가능성도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다. 검찰에서는 4대 통신회사(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 유니텔)를 통해 인터넷에 접속하는 사람들을 추적하여 국가보안법을 적용시키겠다고 발표한 바 있으며, 한국전산원에서는 'NCA 패트롤'이라는 인터넷 차단 프로그램을 배포하고 있다. 이미 정부는 인터넷 사이트를 차단하기 시작하였다. 또한 통신서비스사가 이용자들의 권리를 무시하는 것은 오래된 관행처럼 되었다. 더욱 문제인 것은 통신검열이 해마다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표 1 참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정보통신위원회,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진보통신단체연대모임은 이러한 비인간적인 사회적 모순을 깨고 보다 인간적인 정보화 사회를 맞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그 하나의 작업으로 작년 '정보통신 검열철폐를 위한 시민연대'가 발간하였던 <1996년 정보통신검열백서>의 뒤를 이어 <1997년 정보통신검열백서>를 발간하게 되었다.

이번 백서에서는 무엇보다 작년 백서에서는 부족하였던 소위 '음란물 문제'를 건드렸다. 즉, 최근 일부 시민단체가 주장하듯 청소년 보호를 목적으로 성표현물을 검열하자는 논리에는 오히려 폭력적 허구와 위험성이 담겨 있음을 밝혀내려고 시도하였다. 또한 새롭게 제기되고 있는 차단 소프트웨어에 대한 분석을 통해 인터넷 등급제의 본질을 파악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정부와 통신서비스업체들의 검열로 인해 나타나는 가장 고도화된 검열, 즉 자기 검열의 실태를 파악하여 피폐화된 통신공간을 고발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노력들을 토대로 통신인들의 자발적인 표현의 자유 수호운동이 시작되기를 바라는 소망을 담아 4대 통신망의 이용자들이 분석한 각사 이용약관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우리 이용자들의 이러한 작은 노력들이 시발점이 되어, 모든 사람이 통신공간에서 자신의 생산물로부터 소외되지 않기 위한 운동들이, 인간의 기본권을 쟁취하기 위한 운동들이 일어날 수 있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본 백서 작업에 참여해 주신 '얼터너티브' 이혁수씨·김진씨, '정보연대 씽' 오병일씨, '지식인연대 영상정보통신팀' 김성균씨, 한국과학기술청년회 인터넷모임 여러분, 대학원생으로 힘든 연구에도 불구하고 참여하신 권혜령씨·조성은씨·이석준씨께 감사를 드린다. 통신자유를 위한 모임 여러분과 장윤종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조광희 변호사님·김기중 변호사님, '전국연합'의 안태원씨, '민주노총'의 최세진씨께도 무한한 연대의 마음을 전한다. 또한 나우누리 이용자 조상기씨, '바른통신을 위한 모임' 문태준씨, '참세상' 김형준씨를 비롯하여 백서에 글이 실릴 수 있도록 기꺼이 허락해 주신 모든 통신인들(천리안 '넷동', 나우누리 이훈희님, DJUNA님, 웹진 '스폰지' 여러분 등 셀 수 없이 많은 분들)께 감사를 드린다. 편집을 맡아 주신 한국과학기술청년회의 홍희선씨와 가장 많은 신경을 쓴 통신연대 대표 장여경씨께도 감사드린다.

정보민주화와 진보적통신을 위한 연대 모임
검열백서팀장 김영식
표 1. 1996년과 1997년 검열 현황 비교
연도 
1996년
1997년
통신서비스사가 운영하는 통신공간에서 검열
1. 선거법 관련 18명 구속 수사 
3명 구속 기소 
2. 한총련 CUG폐쇄 사건 
3. 무장공비사건 발언으로 구속
1. 선거법 관련 3명 구속 기소 
12월 5일 현재 계속 조사중 
2. 한총련 60여명 ID삭제 사건 
인터넷에서의 검열
북한 사이트의 내용을 적극적으로 유포시 엄벌에 처한다고 발표 
북한사이트 접속시 추적하여 구속시키겠다고 발표
캐나다 북한 관련 사이트폐쇄
KCNA 차단 
people's korea 차단 
Minjok sibo 폐쇄 
Geocities site 차단
윤리위 음란 사이트 차단 조치 
이승희 홈페이지 사건 
피바다 학생공작소에 대한 윤리위 폐쇄조치 
차단 소프트웨어 
 
NCA 패트롤 등장 
통신서비스사에 대한 질의서
나우누리 하이텔 천리안에 질의서 발송 
→ 나우누리, 하이텔 답변서 제출, 
● 천리안 답변 거부 
나우누리 하이텔 천리안 유니텔에 질의서 발송 
● 하이텔, 천리안, 유니텔 답변 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