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피시 통신사의 게시물삭제에 대한 법적인 분석 

- 한국 피시 통신 게시물 삭제사건을 중심으로

민변 정보통신위원회 조광희

1. 사안의 개요

한국전기통신공사 노동조합은 각 지역에 흩어져 있는 조합원의 의사를 효과적으로 수렴하고 공개적이고 민주적인 노동조합의 운영을 위하여 하이텔을 운영하고 있는 한국피씨통신주식회사와 1994. 6. 21. 기업통신서비스를 이용하기로 하고 계약을 체결하였다.

노동조합은 1995. 5. 2.부터 한국전기통신공사와 1995년도 단체교섭을 시작하게 되었는바, 한국전기통신공사가 1994년도의 농성사건을 이유로 노조간부들을 중징계하기로 하면서 노동조합은 비상총회를 개최하고 철야농성을 시작하게 되었다. 또한, 김영삼대통령은 노동조합의 파업주장에 국가전복저의가 있다는 주장을 하여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었고, 검찰은 간부들을 구속하고 수배하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통상적인 조합활동을 수행할 수 없게 되자 조합간부들은 부당한 탄압을 중지하라는 등의 입장을 밝히고 위 기업통신서비스를 통하여 조합원들에게 알렸는바, 한국피씨통신주식회사는 관련한 게시물을 삭제하고 1995. 6. 6. 에는 그 경위를 밝히는 안내문을 게시하면서 서비스를 폐쇄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대하여 노동조합 등은 한국피시통신주식회사의 이러한 행위로 인하여 정당한 노동조합활동이 방해되었고, 노동조합의 공표된 의견이 불온통신 등에 해당된다는 내용의 안내문으로 인하여 명예가 훼손되었으므로 이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하였는바, 1심재판부인 서울지방법원 제11민사부와 2심재판부인 서울고등법원 제16민사부는 각각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2. 고등법원 판결의 요지

. 원고들은 ① 피고가 약관 제 21조의 게시물 삭제이유에 해당하지 아니하는데도 자의로 게시물을 삭제하였으므로 이는 약관 규정에 위반된 위법행위이고, ② 약관 규정은 그 내용이 애매하고 포괄적이어서 헌법에서 보장하는 통신과 표현의 자유에 직접적으로 위배하고,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소정의 '고객에 대하여 부당하고 불리한 조항' 또는 '상당한 이유없이 사업자가 이행하여야 할 급부를 일방적으로 중지할 수 있게 한 조항'으로서 무효이므로 이러한 무효의 약관규정을 근거로 한 게시물 삭제행위는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이며, ③ 이 사건 전용게시판에 게제된 게시물에 대하여는 약관보다는 계약이 우선 적용되어야 하고, 계약에 의하면 원고 노동조합만이 전용게시판의 운용권 및 관리권을 갖고 있어 피고가 전용게시판에 게재된 게시물에 대하여 어떠한 규제도 할 수 없게 되어 있으므로 결국 피고의 삭제행위는 계약 제15조 제 1항을 위반하여 원고 노동조합의 전용게시판 운용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이다.

. 약관 제 21조(이용자의 게시물)에는 "회사는 이용자가 게재 또는 등록하는 서비스내의 내용물이 1. 다른 이용자 또는 제 3자를 비방하거나 중상모략으로 명예를 손상시키는 내용인 경우, 2. 공공질서 및 미풍양속에 위반되는 내용의 정보, 문장, 도형 등을 유포하는 내용인 경우, 3. 범죄적 행위와 결부된다고 판단되는 내용인 경우, ···6. 기타 관계 법령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는 내용인 경우에 이용자에게 사전 통지없이 삭제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고, 한편 이용자의 게시물이 위 약관에서 정한 삭제사유에 해당하는가의 여부는 단지 그 게시물의 문구 자체에만 국한하여 이를 판단할 것이 아니라 그 게시물이 게재될 당시의 주변 상황, 그 상황 내에서의 게재자의 지위, 게시물을 게재하게 된 동기와 목적 및 의도, 관련 게시물의 표현이나, 내용 등 삭제시점에서 파악가능한 사정으로 종합하여 그 게시물의 취지를 종합적으로 이해하여 그 판단을 하여야 할 것이다. 전용게시판의 게시물들이 삭제될 당시는 원고 노동조합의 간부들이 수배되어 일부는 검거되고 일부는 명동성당 및 조계사에 농성을 하고 있던 때로서 위 전용게시판에는 대통령, 정부기관, 한국통신, 한국통신의 경영진과 직원 등이 마치 원고 노동조합과 조합원들의 정당한 노조활동을 탄압하고 있는 양 그들을 상스럽고 저질스러운 표현으로 일방적으로 비방하고 매도하는 내용이 상당히 포함된 게시물과 원고 노동조합원을 선동하는 내용의 게시물이 다수 게재되었다가 삭제된 사실, 원고 노동조합원을 선도하는 내용의 게시물이 다수 게재되었다가 삭제된 사실, 원고 노동조합등이 게재하였다가 삭제된 게시물도 위 농성중인 노동조합 간부들을 옹호하면서 조합원들에게 투쟁에 적극 동참하고 투쟁의 강도를 높일 것을 선동하거나 또는 한국통신 등 타인을 비방하는 내용의 게시물이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그렇다면 이 사건 게시물은 대체로 타인을 비방하고 중상모략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며 불법적인 노조활동을 선동하거나 교사하는 등 사회질서를 해하는 내용과 건전한 미풍양속을 해할 염려가 많은 상스럽고 저질스러운 표현을 담고 있으므로 피고가 이 사건 게시물을 삭제한 행위는 약관 제 21조에 의한 정당한 사유 있는 삭제 행위라고 할 것이다.

. 다음 이 사건 약관의 게시물 삭제조항이 헌법 및 약관규제에 관한 법률에 위반된 무효의 조항인지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표현의 자유는 헌법상 보장된 자유권적 기본권의 하나이고 위 표현의 자유가 사인간에도 직접 효력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이 기본권이 본질적 내용이 아닌 한 법률에 의하여 제한될 수 있음은 이미 헌법에서 예정하는 바이고,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제1항은 '전기통신을 이용하는 자는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내용의 통신을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하여 그 전기통신을 통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근거를 마련하고 있으며, 동법 시행령 제16조는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전기통신으로 '1. 범죄행위를 목적으로 하거나 범죄행위를 교사하는 내용의 전기통신, 2. 반국가적 행위의 수행을 목적으로 하는 내용의 전기통신, 3.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를 해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이라고 정하고 있는바, 약관의 게시물 삭제조항은 그 문구가 반드시 위 법령의 그것과 일치하지는 않으나 통신이용자가 통신운용자나 관리자의 의사에 구애됨이 없이 자신의 의사를 다수공중에 직접적으로 순식간에 전달함으로써 전파의 위력은 크나 사전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정보통신서비스의 본질을 감안하면 위 법령의 취지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보이지 않으며, 또한 약관규제에 관한 법률 소정의 '고객에 대하여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 또는 '상당한 이유 없이 사업자가 이행하여야 할 급부를 일방적으로 중지할 수 있게 한 조항'에 해당한다고 할 수도 없으므로 결국 이사건 약관의 게시물 삭제조항이 헌법 및 약관규제에 관한 법률에 반하여 무효라는 원고들의 주장도 이유 없다.

라. 원고 노동조합만이 이 사건 전용게시판의 운용권과 관리권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피고는 원고 노동조합과 이 사건 전용게시판 이용계약을 맺을 때 '원고 노동조합은 자신이 운영하는 서비스에 대한 소유권을 가지고 원고 노동조합의 회원들은 원고 노동조합의 서비스에 등록 또는 게시되는 본인 명의의 자료 및 게시물에 대한 소유권을 갖는다(제15조), 원고 노동조합은 그 회원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책임을 지며 최선을 다하여 운용하고 만약 그 운용하는 서비스로 인하여 발생하는 제반문제는 원고 노동조합이 모두 책임지기로 한다(제16조)'라고 약정하여 원고 노동조합에게 이 사건 전용게시판에 대한 운용권과 관리권을 부여한 사실, 그 후 피고는 원고들로부터 이 사건 전용게시판에 문제의 게시물이 게재되자 수 차례에 걸쳐서 원고 노동조합에 위 관리권에 기하여 자체적으로 위 게시물을 삭제 내지 수정하여 달라고 요청하고 만일 위 요청에 응하지 아니하면 하이텔 정보 이용약관에 기하여 피고가 임의로 이를 삭제할 것임을 알렸던 바, 원고 노동조합도 노동조합원들에게 이 사건 계약에 기한 피고의 위와 같은 삭제권한이 있음을 주지시키고 비방, 욕설의 내용등을 자진해서 삭제하여 줄 것을 당부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원고 노동조합이 일차적으로 피고로부터 부여받은 이 사건 전용게시판에 대한 운용권과 관리권을 행사하여 이 사건 전용게시판에 게시된 게시물의 삭제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보유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자신만이 전적으로 위와 같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고 피고 또한 위 하이텔 통신망 전반에 관한 관리권을 가지고 그에 따른 책임을 부담할 지위에 있으므로 (만약 타인을 비방하거나 범죄행위에 해당하는 게시물이 있다는 것을 알고도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그대로 방치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그 관리의무 위반으로 인한 불법행위책임을 져야 한다) 원고 노동조합과 더불어 여전히 이 사건 전용게시판에 대한 관리권을 가지고 그에 따른 책임을 부담한다고 할 것인바, 그렇다면 피고가 그 관리권을 행사하는 차원에서 각각의 이용자들과 체결한 이 사건 약관에 근거하여 그 이용자들의 게시물을 삭제한 이상, 그 삭제 행위가 게시물을 삭제당한 그 이용자들에 대한 관계에서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를 구성하는가는 별론으로 하고, 위 삭제행위가 원고 노동조합의 이 사건 전용게시판 운용권 혹은 관리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마. 원고들은 ① 원고 노동조합이 이 사건 전용게시판을 통하여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및 동법 시행령 제16조 소정의 불온통신을 한 바가 없고, 가사 이 사건 전용게시판의 일부게시물 내용이 불온통신에 해당되었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전기통신역무의 제공을 거부할 권한이 없으며 위 법 제53조 제3항에 의하여 정보통신부장관만이 피고로 하여금 그의 거부, 정지 또는 제한을 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피고가 정보통신부장관의 명령없이 불법적으로 통신서비스를 10일간 중지함으로써 원고 노동조합으로 하여금 위 서비스를 통하여 조합원들과 상시적인 업무연락을 하고 그 의견을 수렴하는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게 하는 손해를 입힘과 동시에 위 서비스를 중지하면서 위 법 제 53조 및 동법시행령 제 16조에 의거 서비스를 중지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게시함으로써 일반 이용자에게 마치 원고 노동조합이 위 법 제 53조 소정의 불온통신을 해하는 단체로 보이도록 하고, 나아가 원고 노동조합이 불온단체인 것처럼 인식시킴으로써 원고 노동조합의 명예와 신용을 훼손하였으며, ③ 1995. 5. 22.부터 같은 해 6. 4. 까지 이 사건 전용게시판에 제시물 중 피고가 문제로 삼은 내용은 모두 28건으로서 하루 평균 2건에 불과하므로 게시물의 내용에 다소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의 직원이 검색하여 이를 삭제하면 족한데도 굳이 이 사건 전용게시판을 폐쇄하여 원고들이나 다른 일반 이용자들로 하여금 이용 내지 접근조차 못하게 했고, 더욱이 전용게시판에는 일반 이용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게시판과 등록된 원고 노동조합원들만이 접근할 수 있는 게시판이 구분하여 있어 문제로 되는 게시물이 있다고 하더라도 전자의 게시판만 폐쇄하면 소기의 목적을 당설할 수 있는데 굳이 후자의 게시판 마저 폐쇄함으로써 원고 노동조합원 마저 이용하지 못하게 한 것은 필요한 한도를 넘는 과잉조치로서 위법하므로, 결국 피고가 이 사건 전용게시판을 이용하여 노동조합의 주요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원고 노동조합의 조합활동을 방해하는 불법행위를 하고, 그 결과 위 전용게시판을 이용하여 의견을 개진하고 원고 노동조합에 대한 정보를 취득하는 나머지 원고들에 대한 불법행위를 한 것이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위와 같은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바. 먼저 전기통신역무는 반드시 정보통신부장관의 명령에 의해서만 제한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전기통신사업법 제 53조 제3항은 정보통신부장관은 앞서 본 바와 같은 동조 제1항 및 동법 시행령 제 16조에서 정한 통신에 대하여는 전기통신사업자로 하여금 그 취급을 거부, 정지 또는 제한하도록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 조항의 문언 자체에 의하더라도 위 조항은 정보통신부장관의 명령권한을 정하고 있을 뿐 오로지 위 장관의 명령에 의하여서만 전기통신역무를 제한할 수 있다고 한정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결국 피고의 이 사건 전용게시판 서비스 일시 중지가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것인지의 여부가 문제될 뿐이므로 정보통신부장관의 서비스 중지 명령을 받지 않고 한 이 사건 전용게시판의 중지가 위법하다는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없다.

. 다음으로 과연 피고의 이 사건 전용게시판 서비스의 일시 중지가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위 정당한 사유는 오로지 법령 등에서 명시하는 사유로 한정할 이유는 없고, 전기통신역무 제공자와 그 이용자 사이의 계약에 의하여 그 사유를 정하더라도 그 내용이 심히 불공정하거나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무효로 되지 않는 한 위 당사자 사이의 계약에 의하여 전기통신업무의 거부가 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 계약 제18조 제1, 2항은 원고 노동조합이 운영하는 서비스의 내용이 공공의 이익과 상거래 관행에 현저히 위배된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경우과 원고 노종조합이 특별한 이유없이 이 사건 계약에 규정한 원고 노동조합의 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경우를 계약 중지사유로 명시하고 있고(일반 이용자와의 계약 내용인 이 사건 약관 제16조 제2항도 서비스 이용자가 공공질서 및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내용을 고의로 유포시킨 경우, 타인의 명예를 손상시키거나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한 경우 등의 사유가 있을 때는 피고가 사전통지없이 이용계약을 해지하거나 1개월 내의 기간을 정하여 서비스 제공을 중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전용게시판에 게재된 게시물의 내용이 앞에서 인정한 바와 같이 타인을 비방하고 불법행위를 선동하는 것이었고, 원고 노동조합이 위 게시물의 자진 삭제를 하지 아니하는 등 이 사건 전용게시판에 대한 관리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였던 이상 피고가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이 사건 전용게시판의 서비스를 일시 중지하면서 그 근거로 위 약관 조항을 내세우지 아니하고 전기통신사업법 제 53조, 동법 시행령 제 16조를 내세웠다고 하더라도 이는 이 사건 계약의 중지사유가 위 법령에서 정한 사유에 기초하여 정하여 진 것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따라서 피고가 이 사건 전용게시판의 중지근거로서 위 법령의 조문을 제시하였다 하여 원고 노동조합의 명예나 신용이 훼손되었다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피고가 위 서비스를 중지할 때 원고 노동조합이 불온통신을 하였으므로 서비스를 중단한다는 내용을 게시하지 아니하고 위 법령의 주문만 게시하였기 때문에 일반 이용자들로 하여금 원고 노동조합이 불온통신을 하는 단체로 인식하게 할 염려도 없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원고 노동조합의 위 명예훼손의 점에 관한 주장도 이유없다.

아. 다음 피고가 이 사건 전용게시판을 폐쇄한 것이 필요한 한도를 넘은 과잉조치이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피고는 전용게시판에 타인을 비방, 욕하는 내용의 게시물 및 선동적인 게시물들이 게재되자 원고 노동조합에 이 사건 전용게시판의 비방, 욕설, 선동 게시물 등을 자체적으로 삭제하거나 수정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자진삭제는 커녕 위와 같은 내용의 게시물이 계속 게재되자 원고 노동조합에게 이 사건 전용게시판 개설계약이 해지될 수 있음을 경고하는 내용의 통지를 한 사실, 원고 노동조합도 이 사건 계약에 의하여 이 사건 전용게시판이 폐쇄될 수 있음을 인정하여 조합원이나 일반이용자들에게 비방, 욕설 등의 게시물들의 자제를 당부한 사실, 피고는 그 이후 타인비방 등의 게시물이 여전히 게재되자 이 사건 전용게시판의 서비스를 일시 중지하였다가 등록된 원고 노동조합원들만이 이용할 수 있는 폐쇄게시판으로 전환하여 재개한 사실, 전용게시판에는 일반 이용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일반공개게시판과 일반공개화면에서 등록된 원고 노동조합원임이 확인된 후 나타나는 회원 메뉴게시판이 구분되어 있는데 모두 위와 같이 일시 중지되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약 15일 동안 원고 노동조합에서 비방, 선동 등의 내용이 담긴 게시물의 자신 삭제를 계속 요청하여 원고 노동조합으로 하여금 이 사건 전용게시판에 대한 관리의무를 행할 기회를 주고 관리의무를 다하지 아니하는 경우 이 사건 전용게시판 서비스 중지를 포함한 이 사건 해지 등의 조치가 있을 수 있다는 내용의 경고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원고 노동조합의 조합원들에게 형식적으로만 비방 등의 게시물 제재의 자체를 요청할 뿐이고 그 게시물의 자진 삭제나 제재금지의 조치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피고가 위 게시물의 삭제를 계속하여 오다가 비방등에 게시물의 게재가 그치지 아니하므로 약 10일 후에 폐쇄게시판으로 서비스를 재개하였다 할 것이고, 전용게시판에 게재된 게시물의 내용이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한 서비스 중지사유에 해당되고 원고 노동조합이 이 사건 계약상의 관리의무를 다하지 아니 하였다는 이유로 피고가 이 사건 전용게시판을 폐쇄한 이상 굳이 이 사건 전용게시판 중 일반공개게시판만을 골라서 서비스 중지를 하지 아니하였다 하여 이를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으므로 피고의 이 사건 전용게시판의 서비스 일시 중지 및 폐쇄가 위 비방 등의 게시물을 금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한도를 넘은 위법한 과잉조치이었다고는 할 수 없다 할 것이다.

3. 평가

가. 우선, 판결이 취한 법리적 견해들 자체에 대하여 문제를 삼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즉, 표현의 자유도 법률에 의하여 제한될 수 있고, 정보통신서비스의 본질을 감안하면 약관이 위 법령의 취지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보이지 않으며, 또한 약관규제에 관한 법률 소정의 '고객에 대하여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 또는 '상당한 이유 없이 사업자가 이행하여야 할 급부를 일방적으로 중지할 수 있게 한 조항'에 해당한다고 할 수도 없다는 판단, 피고도 원고 노동조합과 더불어 여전히 이 사건 전용게시판에 대한 관리권을 가지고 그에 따른 책임을 부담한다고 하는 판단, 전기통신사업자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그 통신역무의 제공을 거부할 수 있다는 판단 등은 그 법리 자체로는 논란의 여지는 있으나 나름대로의 정당성을 가지고 있다고 할 것이다.

. 문제는 오히려 게시판에 올린 글에 대한 사회적 평가의 문제일 것이다. 판결문은 그 구조상 먼저 법리가 무엇인가를 명백히 하고, 발생한 사실이 무엇인가를 확정한 다음 사실에 대하여 법리를 적용하는 삼단논법에 따른다. 그런데, 이 사건 판결의 경우에 법리에 대한 판단이 아닌 사실에 대한 판단에서는 적지 않은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즉, 이 사건 판결은 사실인정에 있어서 "전용게시판의 게시물들이 삭제될 당시는 원고 노동조합의 간부들이 수배되어 일부는 검거되고 일부는 명동성당 및 조계사에 농성을 하고 있던 때로서 위 전용게시판에는 대통령, 정부기관, 소외 회사, 소외 회사의 경영진과 직원 등이 마치 원고 노동조합과 조합원들의 정당한 노조활동을 탄압하고 있는 양 그들을 상스럽고 저질스러운 표현으로 일방적으로 비방하고 매도하는 내용"등과 같이 당시의 상황과 그에 대한 조합원들의 반응을 평가함으로써 균형잡힌 사실 인정에 실패하고 있다.

다. 우선, 당시의 상황은 언론과 정부의 호들갑에 의하여 원고 노동조합이 마치 불법적인 조합활동을 하는 양 알려진 것과는 달리, 실제로 정부와 회사가 노동조합의 정당한 노조활동을 탄압하는 것이었다. 이것을 명백히 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게시물에 올라온 글들이 과연 비방이나 매도인지 아니면 정당한 분노의 표현인지, 그리고, 비록 그 문구에 있어서 다소 지나친 점이 있었더라도 그것이 탄압에 대한 다소 격한 감정의 표시로서 이해가능한 것인지는 전적으로 그 상황의 책임이 누구의 것이었는가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법원은 충분한 근거없이 그 사태의 책임이 노동조합에 있는 것으로 전제한 다음 모든 판단에 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관점에서는 판결의 결론은 자명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만일에 당시의 정황이 실제로 정부와 회사의 잘못된 탄압에 의하여 야기된 것이라면 판결은 그 판단의 근거를 대부분 상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한 법원의 정밀하고 진지한 사실인식 노력이 결여된 것은 큰 잘못이다.

. 다음으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은 법원의 통신공간에 대한 이해의 정도이다. 주지하다시피 통신공간은 전적으로 공적인 공간이 아니다. 그것은 개인간의 사적인 대화와 공적인 의견표명의 중간에 위치한 독특한 공간이다. 물론 언제나 예의바르고, 공식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도 훌륭한 일이지만 실제로 통신상의 공간은 사담에 가까운 이야기 방식과 다소 원색적인 표현들이 어느 정도는 용인되는 장인 것이다. 그러므로, 다소 거친 표현들에 대한 법원의 거부감을 드러낸 '상스럽고 저질스런 표현'등의 문구들은 어느 정도는 타당할 수 있지만 통신공간의 매우 사적인 특성에 대한 몰이해의 소산이라고 할 수 있다. 그에 대한 지적이 의미있는 이유는 법원의 심증 속에서 한국통신사태의 책임소재가 노동조합에 있다는 인식과 이러한 통신공간의 성격에 대한 몰이해가 결합함으로서 결국 게시물의 내용들이 사회적으로 용인할 수 없는 것이라는 궁극적인 판단으로 증폭되기 때문이다.

. 더구나 이 사건 게시물중 상당수는 어느모로 보아도 상스럽다거나 매도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는 것들이다. 그런데도 법원은 기술적으로 아주 쉽게 옥석을 가려서 삭제할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전면적인 서비스를 중지한 행동을 피고측이 미리 경고한 사실이 있다는 이유등만으로 용인하고 있다. 그것은 사건의 전체적 책임이 노동조합에 있다는 인식하에서는 사소한 차이일지 모르나 만일 노동조합의 입장이 궁극적으로 옳은 것이었다면 결과적으로 정부와 회사 그리고 공식적인 언론들이 부당한 여론몰이에 의하여 노동조합활동을 침해하는 것에 대하여 정당한 방법으로 항의하고 진실을 밝히기를 요구하는 것을 억압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4. 결론

표면적으로는 정당한 법리에 의하여 도출된 듯이 보이는 이 사건 판결은 사건의 배경에 대한 편견 및 통신공간에 대한 몰이해에 기초하고 나아가 공식적인 매체들이 진실의 전달에 인색한 우리나라의 언론상황과 결합하여 결국 '한국통신노동조합을 탄압하는 부당한 현실에 대하여 컴퓨터 통신을 이용하여 정당한 문제제기하는 것을 한국통신의 계열기업인 피고가 부당하게 억압하였다.'는 상식적인 이해를 얻는데 실패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 사건은 몇 가지 법리적 결론을 함축하고 있으나 대체로 원론적인 판단들이므로 앞으로의 적용될 컴퓨터통신의 법리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되지는 않는다. 다만, 통신인들이 앞서 본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왜곡된 정치, 사회적인 분위기, 통신공간에 대한 일반의 이해부족, 대안매체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에 대한 보다 깊은 고민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주고 있다고 할 것이다.